인간 문명 속에서 예술적 상상력의 구현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간 문명의 발전에 따라 최첨단 과학 시대가 도래했다. 수많은 정보가 하루에도 수도 없이 쏟아지며, 이러한 정보들의 갱신, 공유 등의 속도는 빛의 속도에 견줄 만하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예술은 점점 그 입지를 잃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발전하는 인간 문명 속에서 예술과 그에 대한 상상력은 구현되지 않는 것일까?

우선 예술에 대해 생각해보자. 예술은 본래 기술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로, 동양과 서양 에서 모두 무언가를 만들거나 제작하는 행위로서 여겨졌다. 한편 현대사회에서 예술은 과거의 제의나, 단순 유희로서 판단되었던 것을 넘어서서 훨씬 다양한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돌덩이의 다이아몬드 원석이 가공되어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보석이 되었을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가공된 다이아몬드 보석을 아름답다고 여긴다. 이는 가공을 통한 예술이 아름다움을 실현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심미적, 미적 차원에서 이러한 현상을 해석해 본다면, 다이아몬드 보석이 그 자체로 비례미와 균형미, 반짝임 , 단단함 등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향하는 아름다움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평가는 문화적 측면에서 다이아몬드 자체의 가치를 배가시킨다. 즉, 단단함과 비례적 아름다움, 반짝임은 찬란하고 영원한 사랑과 결혼을 상징하게 되고, 이러한 문화적 가치를 사람들은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경제적 차원에서 바라볼 경우, 이러한 다이아몬드의 미적, 문화적 가치가 다이아몬드 보석의 희소성과 결합되면서 고가의 물건으로 취급되어 매우 높은 경제적 가치를 이루게 된다. 또한 사회적 측면에서 다이아몬드 보석은 그 크기와 세공 정도, 예술성에 따라 보석 소유자의 계급적 처지를 드러내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결국 다이아몬드 원석을 다이아몬드 보석으로 바꿔내는 행위 역시 예술의 일종으로 볼 수가 있다. 때문에 그 원석이 가지는 순리적인 특성인 단단함, 반짝임 등을 더욱 배가 시키고, 또 단순 세공이 들어갔을 뿐인데 경제적 측면에서 단순 돌덩이와 보석이라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문화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모두 예술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술의 일종인 세공에서도 이처럼 다양한 가치가 만들어지고 여러 측면에서의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대사회에서 예술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지만, 현대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예술이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이끌어 낼 수는 있다.

이러한 예술과 너무나도 당연하게 결합되는 것이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인간들이 현실에서 마주하지 않는 대상을 마음속에 그려보는 능력이다. 과거에는 이성과 비교하여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 되어 왔으나 오늘 날 다양한 분야와 결합되며 분야 내의 성공과 실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인간의 능력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중 예술적 상상력으로 부르는 예술 분야에서의 상상력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그 첫 번째 이유는 예술이 인간의 독자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최근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이세돌이 패배하면서 인류는 바둑에서 인공지능에게 최고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이 뿐만 아니라 생활 속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미 인공지능은 인류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예술만큼은 인류의 독자적 영역으로 남아있다.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수억 배 빠르게 수억 개의 계산을 한다고 해도 존재하지 않는 상상력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아직 예술이 인간만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이유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인간이 상상력이 예술의 기본 요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모방하고 똑같이 복사해 놓은 것을 예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아류와 예술의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예술이 되기 위해서라면 이전 예술의 요소를 모방, 복제, 인용 한다 하더라도 새로 만들어내는 예술과 차이점을 두어야 한다. 그 차이점의 공백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상상력이다.

이렇게 예술과 상상력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결국 예술적 상상력이라고 부르게 되는 예술과 상상력은 각각 서로 필요 충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아울러 상상력은 오늘날 과학, 기술 등의 분야에서 요구하는 덕목이고 이는 필수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기 이러한 분야에서 상상력을 어떻게 구현하는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론 예술이 사회의 각 분야에 뿌리를 내렸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이 예술적 상상력이 인간문명에 있어서 어떻게 구현되어 왔는지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추상적인 개념 두 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라미드의 예를 들어 본다. 피라미드에 대해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굉장한 크기를 가진 삼각기둥 모양의 돌무덤을 떠올린다. 여기서 다시 생각해보면 피라미드는 ‘무덤’이다. 그저 사람이 죽어서 묻히는 공간일 뿐이다. 그렇게 크고, 완벽한 절제미와 균형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고대의 파라오는 굳이 지금의 피라미드를 완성해냈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술적 상상력이 구현된 것을 볼 수 있다. 보통의 경우 피라미드를 짓는 과정에서 노예들이 강제 투입하여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피라미드를 완성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지식이다. 피라미드 축조에 참여한 노역자들의 명단이 있는 문서가 발견되어 해석해보니 노역자들의 노역에 불참한 이유가 적혀있었는데, “잔치에 참가, 숙취, 병에 걸림” 등의 이유로 노역에 불참한 것으로 보아 이집트의 신분질서가 그렇게 엄격하고 가혹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뿐만이 아니다. 나일강 강폭은 줄었다가 늘었다가 하면서 이집트에 비옥한 토지를 제공했지만, 나일강의 최대 범람 시기에는 농사 지을 땅이 없어서 노동자들이 전부 할 일을 잃어버린다. 그 때 파라오가 일거리 없이 있는 노동자들을 불러다가 만든 것이 피라미드이다. 즉, 명목적으로는 신의 권위를 세우면서 실상은 국고를 열어 빈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친 것이다.

 이렇듯 피라미드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술적 상상력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예술적 상상력이 인간 문명 속에서 구현되는 모습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인간 문명의 발전에 있어 예술적 상상력의 공헌이 크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다.